영화의 기본정보
조조래빗
미국
런타임:108분
장르: 코미디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평점: 9점 이상
갇힌 하늘이라는 소설이 원작이다.
조조,엘사,조조의엄마,요키,클렌젠도프대령,요키, 히틀러
* 조조
10살의 나치소년 조조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히틀러를 멘토이자 친구로 두고 있다. 완벽한 혈통의 나치당 독일인으로 자라 큰 인물이 되고 싶지만 조조는 사실 순수하고 아주 착하고 엄마를 너무나 사랑할 뿐인 보통 그 나이대의 어린이 일 뿐이다.
나치 놈들이 10대 아이들을 모집해서 전쟁 교육을 시키고 독일혈통의 우수함을 가르치며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시키는 프로프간다 수업을 하는데 조조도 이 캠프에 들어가게 된다. 조조보다 훨씬 자라 성인과 다름없는 단원들이 조조에게 토끼 한 마리를 살생하도록 명령하지만 조조는 토끼를 안아줄 수는 있지만 죽일 수 없는 아이였다. 토끼를 죽이지 못해서 조조래빗이라고 조롱 당해 괴로운 조조는 상상 속 히틀러를 불러내 용기를 얻어보려 하지만 오히려 수류탄 오발로 죽다 살아나 얼굴에 못생긴 흉터만 생긴다.
조조는 흉터 때문에 완벽한 혈통의 나치가 되고 싶었지만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해 좌절한다. 그리고는 집안에 꼭꼭 숨어 벼렸다.
조조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잔뜩 쪼그라든 마음을 상상 속 히틀러 친구를 불러내 위로받고 싶지만 히틀러는 도움도 안 된다. 나르시시스트 같은 히틀러 때문에 조조는 더욱 자신감을 잃었다. 상심 속에 매일 집에만 있던 어느 날 어떤 소리를 듣게 되고 결국 집 벽속에 피신하고 있던 유대인 소녀와 마주하게 된다. 너무 예쁜 소녀인데 조조는 나치 세뇌 교육 우등생답게 소녀를 귀신 보듯 한다.
* 엘사
조조 앞에 모습을 드러낸 유대인 소녀 엘사는 사실 병으로 죽게 된 조조 누나의 친구다. 엘사는 조조를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인물이다. 그녀가 왜 조조의 집에 있었냐 하면 조조의 엄마가 벽 안의 공간에 그녀를 숨겨 주었기 때문이다. 조조의 엄마는 레지스탕스였던 것이다!
죽은 조조의 누나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그녀는 유대인을 잡아내려 찾아온 나치 당원에게 조조의 누나 인 척 연기해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조조는 세뇌당한 대로 유대인은 못생기고 괴물이고 파란 피를 가졌다라며 그녀에게 온갖 상처를 주지만 막상 눈앞에 있는 유대인 엘사는 절대 괴물이라 할 수가 없으며 너무나 지혜롭고 아름답고 신비스러우며 살아있는 토끼 목을 꺾어 죽이는 나치 놈들과 비교도 안 되는 고귀함이 있는 보통의 사람이었다. 조조는 엘사와 시간을 보내며 그녀를 통해 자신에게 주입된 프로파간다 사상의 저질스러움이 산산이 깨져 정화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고귀한 영혼 엘사는 나치가 유대인을 죽여도 마땅한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으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절대 꺾이지 않는 단단한 자아를 가졌다. 예수그리스도와 같은 혈통임을 자랑스러워했고 억압당하는 현실에 낙담해 스스로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조조에게 그녀의 강한 자존감이 점차 전달되게 된다. 성장하고 싶었던 사춘기 소년 조조에게 그녀의 이런 모습은 자극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조조는 이 유대인 엘사를 지키고 싶어졌다. 엄마가 조조를 지켜주었듯이 엘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마구마구 성장해 나간다.
* 엄마
영원한 조조의 0순위 엄마는 너무나 멋있는 인물이다. 지혜롭게 조조와 엘사를 보호하면서도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폭력에 저항하고 맞서 싸우는 레지스탕스다. 영화에서 강하게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영화가 계속 코믹하게 흘러가나 싶은 시점에 조조와 엄마가 나치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가 잡혀 공개처형 당한 시신들과 마주하는 장면이다. 조조의 엄마는 그 시신들을 똑바로 봐두라고 조조의 시선을 목 매달린 시신들에 고정시킨다. 같이 영화를 보던 6학년 아이들도 막 웃다가 이 장면에서 아주 조용해졌었다. 아이들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하게라도 알았기에 정적이 흘렀을 거다.
엄마는 조조와 엘사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다. 결국 레지스탕스 활동이 적발되어 이전에 조조와 목격했던 시신들과 같은 모습으로 처형당하게 된다. 너무나 잔인하고 슬픈 장면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조조가 직접 목격하는 이 장면은 비극의 참상을 거의 처음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엄마의 죽음은 조조가 이제껏 믿었던 잘못된 가치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트리거가 된다.
이제 조조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유일하게 곁에 남은 엘사도 지키고 싶다. 엄마를 대신해 지켜야 할 것들이 생겨난 것이다.
*상상 속 히틀러
한 때 1순위 친구 히틀러. 캠프동기 친구 요키에게도 내줄 수 없는 1순위의 친구였다.
역사적 악인을 코미디화 하고 어느 정도 친근감 마저 들게 표현했다고 해서 영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소심쟁이 조조가 보호받고 싶어서 만들어 낸 상상 속 히틀러이지만 막상 도움 되는 건 없고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 스타일 친구일 뿐이다.
결국 독일이 전쟁에서 지고 조조에게 도와 달라고 나타나지만 조조가 발로 뻥차서 창 밖으로 날려 버린다.
조조의 통쾌한 승리였다. 내면의 나약함인 히틀러를 뻥 날려 버리는 것은 조조가 자신의 나약함과 작별하는 순간인 것이다.
감독이 히틀러 역할을 했다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감독 말로는 배우들이 아무도 히틀러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아 자신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주 킹 받게 연기를 잘해서 역할과 찰떡이라고 칭찬이 자자 했다고 한다.
* 요키
통통하고 귀여운 조조의 친구 요키. 이 친구와 조조의 재미난 캐미가 많다. 조조가 토끼를 죽이지 못했다고 놀림당해도 유일하게 옆에 있어준 조조의 진짜 친구이다. 너무 귀여워서 이 친구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았는데 2021년에 디즈니플러스에서 나 홀로 즐거운 집에 라는 작품에 출연했는데 후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이 친구가 좋은 작품에 나와서 귀여운 외모와 연기력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전쟁이 터졌을 때 나치 어른들이 요키에게 종이 군복을 입혀서 참전시킨다. 군복이 아까워 아이들에게 종이군복을 입혀서 총알받이로 내몬 장면은 이영화의 장르가 단순하게 코미디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어린 군인들에게 폭탄을 아무렇게나 주어주고 적군으로 밀어내는 비열함을 그려낸 게 이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다. 요키가 종이 군목을 입고서 나름 선배인 듯 조조에게 조언들을 해주는 장면은 정말 마음이 아픈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조조의 눈에 이런 점들이 이제야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요키가 전쟁에 희생될 까봐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 마지막엔 요키도 조조만큼 성장한 듯 보였다.
* 클렌젠도프 (나치 청소년단 캠프의 조교)
변화된 인물이다. 아마도 조조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변했을 거라 짐작한다.
아이들을 전쟁 자원으로 착취하는데 일조했지만 변했다. 조조네 집에 유대인을 찾으러 나치들이 들이닥쳤을 때 갑자기 찾아와 시선을 분산시켰고 엘사가 무사히 상황을 넘기도록 도와준다. 나치로 잡힐까 봐 조조의 독일 군 옷을 벗겨낸 장면도 그렇고 그는 결국 '선'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조조와의 작별 장면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런 집단 광기 안에서도 정신을 올바로 잡고 있는 사람들은 존재했을 것이다. 그들로 인해 비극이 끝날 수 있었고 기억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선과악의 경계는 분명 아주 명확한 것 같다.
fin / 전쟁의 끝
조조에게 또 한 번의 심리적 위기가 찾아 오지만 조조는 이제 자랐다.
엄마가 조조의 신발끈을 조여 매 준 것처럼 엘사의 신발 끈을 매 준다. 그리고 둘은 전쟁이 끝난 자유의 거리로 나와 댄스타임을 가지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한 줄 평
"히틀러 제대로 손절하는 나치꼬마의 성장통"
+여담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한번 보고 이후에 초등 6 학년 (딱 조조 나이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두 번째 봤다.
무거운 주제를 코미디라는 장르로 굉장히 밀도 있고 풍자적, 해학적으로 잘 다룬 영화다.
희극적 장면들의 이어짐 속에 이 시대의 참상을 송곳으로 찌르듯 보여주는데 '이 영화 뭐지? ' 하고 실없이 웃다가 어는 순간 깜빡 제정신이 드는 것이었다.
결국 조조를 성장하게 만든 건 타인에 대한 '공감'이었고 이 단순한 단어가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의 가치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공감 하나가 없다면 타인에게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다는 걸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