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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fire 어파이어_마침내, 모든 것이 타오르다

by hi tortue 2024. 2. 5.

Afire 어파이어

독일영화
개봉: 2023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각본)
주요 캐릭터들 : 레온, 나디아, 펠릭스, 데비트, 헬무트

왼쪽부터 레온, 나디아, 펠릭스, 데비트가 저 멀리 화재가 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어떤 것도 예측하지 못한 채로.

 


인물 관계


레온과 펠리스 – 오랜 친구
레온과 나디아 – 어쩌면 서로 좋아하게 될 사이
레온과 헬무트 – 출판사 사장과 고용 작가
나디아 데비트 – 즐기는 사이였다
펠릭스와 데비트 – 동성의 연인이 됨
 



레온의 성장

페촐트감독은 코로나 시기에 자유롭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안타까워서 이 영화의 대본 구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젊은이들을 어딘가로 탈출시켜주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 오프닝에서부터 꽤 긴 시간 깔렸던 몽환적인 음악이 이 청년들의 세계로 빠르게 몰입하게 해 주었다. 오스트리아의 밴드 wallners의 in my mind라는 곡인데 굉장히 좋다. 그리고 독일의 특히 베를린 특유의 어딘가 빈티지하면서도 감각적인 화면이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배경, 소품 하나같이 감각적이어서 시각적으로도 재밌었다.
방학을 보내려 발트해가 가까운 외각으로 떠난 레온과 펠릭스. 여행의 시작부터 외딴 숲 속에서 차가 고장 나고 문제를 해결하러 간 친구가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등 미국 청춘 호러무비의 클리셰 가지고 장난을 치는 감독의 재밌는 의도가 보인다. 레온이 혼자 숲에 버려져 곰에게 먹히거나 연쇄살인마에게 공격받기 전에 다행히 용감한 펠릭스가 돌아와서 클리셰는 뿅 하고 사라진다.다른 영화 리뷰에서 디테일 분석으로 레온의 성정체성의 혼란 이런 것도 얘기하는데 어느 정도 공감은 했지만 막상 감독의 말을 들어보면 상당히 즉흥적 방법으로 사건의 전개를 풀어가기 위한 배치가 오히려 많았던 것 같다.
주인공 레온이란 인물은 고집세고 타인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는 캐릭터다. 말 그대로 찌질이다.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자신에 대해서 많이 말하지만 막상 이뤄놓은 건 없다. 주변에서 종종 볼 법도 한 매력 없고 익숙한 인물이었다.
실제로 감독에게 “레온이 저 에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레온은 나디아와 펠릭스, 데비트와의 어울림에 일부러 끼지 않는다. 사실은 그들을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친구들은 이런 레온을 이미 꿰뚫어 보고 챙겨주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레온의 못난 자존심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허락하지 않는 척한다. 예술가로서 작품 구상을 하러 온 자신은 이들보다 한 단계 위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에 빠져있다.
레온은 자신이 쓰고 있는 '클럽샌드위치'라는 소설의 가망성 없음이 나디아에게 까발려질 것 같은 무의식적 두려움을 느낀다. 그녀에게 호감이 있지만 관심 없는 척하고 아이스크림이나 팔면서 문학에 대해 뭘 알겠어 라며 무시하고 그녀의 작은 실수를 조롱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디아는 레온보다 문학에 대한 견문이 깊고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실력자였다. 레온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서 수치심으로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여기서 주는 인생의 교훈 '절대 나대지 말자' 레온의 오랜 친구 펠릭스도 레온이 판단한것럼 어리숙하지 않으며 재능 없는 사진작가 지망생이 아니었다. 데비트 역시 등장 첫 장면부터 본능적으로 레온이 폐배감을 느꼈을 만큼 남자 여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인물이며 심지어 예술적 공감력도 높은 인물이었다. 레온을 뺀 나머지 세 친구 모두 힘을 빼고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행동으로 즉각 실행하며 이뤄가는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열등감으로 내려치기 했던 친구들이 자신이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 하던 편집자 헬무트에게 관심과 찬사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그동안 친구들에게 가졌던 온갖 편견들을 자각하며 괴로워한다. 인정하기 싫어서 외면했던 사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영화 제목이 한국어로 ‘화재’이다. 바다가 막아주고 있으니 절대로 이곳까지 닥치지 않을 것 같았던 화재는 결국 닥쳐왔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불행이었으나 레온이 결국 자신이 갑옷처럼 두르고 있던 자의식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자기중심적 사람이 아닌 자기의 중심이 바로잡힌 사람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나디아를 사랑하게 되었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잃을까 두려워하게 되었다. 언덕에서 넘어져서 짜증 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픔들은 레온 안의 어린아이를 자라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그토록 쓰기 어려웠던 소설도 이제야 쓸 수 있게 되었다.
레온은 어쩌면 상실이란 걸 처음 경험해 보는 걸지도 모른다. 상실은 고통이다. 그러나 예술가에겐 깊이를 더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힘은 상실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우게 되니 말이다.

 

 

레온과 나디아 (ft. 물과 불)


바다에 머무르려다 나디아로 인해 화재 속으로 들어간 레온.
이번 여행에서 된통 제대로 인생의 쓴맛을 맛본 레온이 나디아와 사랑을 이루게 되었을까? 많은 관객들이 ‘아니’라고 했다는데... 사람일 모르는 것이니까... 둘을 응원해 본다.

 



한줄평


"화재의 열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 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