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LET ME GO
영화 기본정보
네버 렛미 고 "never let me go"
감독: 마크 로마넥
각본: 알렉스 가랜드
장르: SF, 드라마, 멜로
런타임:103 분
원작: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나를 보내지 마'
출연:
캐리 멀리건 - 캐시 역
키이라 나이틀리 - 루스 역
앤드류 가필드 - 토미 역
never let them go
영화의 세계관은 이미 인간의 수명이 100년 이상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SF영화의 어딘가 화려한 미래적 이미지의 영화가 아니다. 아날로그적이며 어딘가 더 친근하고 소박한 느낌의 1970년대로 시대 설정을 함으로써 관객에게 그 친근함과 잔혹성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그러면서 오로지 인간의 소모품으로 사용되기 위해 탄생한 복제인간들의 평범한 하루들을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여기 복제인간으로 만들어졌으나 보통의 인간과 똑같은 육체와 정신을 지니고 있으며 노화가 오기 전에 자신의 장기를 제공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상당히 충격적인 설정과 결말 때문에 말이 많았던 영화이다. 관객은 제발" never let her go, never let him go"를 되뇌면서 고통스럽게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인간의 잔인함이 평범함이 되어버린 세상, 도덕의 범주가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희망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제발 보내 달라고 살려 달라고 외치는 이들을 구해 줄 누구 하나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영화는 결말에 이르기까지도 결국 그 어떠한 희망도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은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주인공들을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1978년 영국 헤일샴이란 기숙학교에서 성장한 세 명의 주인공 캐시, 루스, 토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은 헤일샴에서 특별한 운명을 가진 사람들로서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들이 복제인간으로 태어나서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키워졌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의 수명은 그들이 마지막 장기를 기증할 때까지이다. 필요할 때마다 장기를 하나씩 꺼내주며 점점 육체는 쇠약해져 간다. 사실 그들도 사랑과 인간적인 연민을 경험하며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인간과 다를 게 없다.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서 도망치고 맞서 싸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도록 하는 운명 안에서 통제당한 채 살아야 한다.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안타깝게도 영화는 주인공들이 이런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룬다. 그들은 태어나면서 이미 결정된 운명을 안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세 친구가 가지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한 태도는 우리에게 충분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 주고 인간 본성과 도덕적인 고민을 다루게 한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을 걷는 동안 종종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그려내 계속 생각해 보게 만드는 아주 오묘한 영화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복제인간들 이야기
주인공 캐시와 토미 루스는 다른 복제인간들로부터 '생명 유예'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복제인간도 서로 사랑하고 보통 인간과 같은 영혼이 있는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면 '유예'가 가능해진다는 전제였다. 이 셋은 '생명 유예'를 희망으로 품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애쓴다.
*캐시_ 그녀는 매우 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이다. 공감력이 깊은 캐릭터로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을 연민한다. 토미와의 감정적 교류를 통해 생명 유예를 기대해 보기도 하지만 이를 눈치챈 이기적인 루스로부터 둘 사이를 방해받게 된다. 결국 그녀는 이들을 떠나게 되고 기증자를 돕는 간병인이 되어 조금 더 삶을 연장하며 살게 되지만 장기기증의 운명을 피하지는 못한다. 간병인으로 지내면서 헤어졌던 루스를 만나게 되는데 루스는 이미 장기기증이 시작되어 많이 쇠약해져 있었다. 이런 루스와 함께 토미를 만나 셋은 여행을 떠난다. 아직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는 토미를 도와주지만 희망이 꺾이는 참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먼저 루스와 토미를 보내며 자신에게도 다가올 같은 운명에 순응하고 만다.
27살이 된 캐시가 복제인간인 자신과 친구들의 삶을 연민하며 회상하는 방식의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그녀는 이야기를 마치며 “우리의 인생이 우리를 원하던 사람들의 그것과 많이 달랐는가?” 하고 질문한다.
*루스_캐시와 함께 헤일샴에서 자란 친구다. 루스는 복제센터 조직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자신의 원본을 찾아가 보기도 한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다른 이들을 조종하려고 행동한다.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해서 캐시와 토미 사이의 관계에 갈등이 일어나도록 만들어 결국 개시와 토미에게 상처를 준다. 이 일로 캐시와 토미와 헤어지게 되었고 장기기증이 시작되어 병원에서 지내게 된다. 병원에서 캐시와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며 캐시와 함께 토미를 찾아가 토미가 생명 유예를 실현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돌아간 루스는 마지막 수술을 하게 되고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다.
*토미_ 캐시와 루스의 친구이자, 캐시와의 로맨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게 되면서 조직의 현실과 그의 운명에 대해 저항한다. 캐시와 루스와 다시 만나 생명 유예의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인간성을 그림을 통해 증명해 보려 헤일샴의 갤러리에 찾아가 본다. 그러나 헤일샴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와 학교가 사라지게 될 이유 모두 그저 인간의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라는 것과 '생명 유예'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며 희망이 산산조각 난다. 병원으로 돌아온 토미는 마지막 수술을 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생명이 일종의 대가로써 사용되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고 끝까지 노력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삶과 자유의 소중함을 얼마나 인지하고 살아가는가 고찰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지키려고 했다. 그들의 사랑은 잔혹한 현실 속 어떤 경우에도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
복제된 인간들은 일종의 생물학적 창고로 사용되어, 조직은 그들의 장기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그들의 죽음은 '사망'이라는 단어가 아닌 '완료'라는 단어로 대신한다. 복제인간의 삶을 그들의 생리적인 용도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소모품처럼 만들어진 이들의 삶이 보통 인간의 삶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이들도 숨 쉬고 아프고 사랑하고 질투도 하는 인간의 그것과 완벽히 똑같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복제된 인간들의 운명과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 현재와 미래의 윤리적인 고찰을 요구한다. 인간은 아니지만 동물을 이용한 이와 같은 행태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동물이 사람으로 대체될 순간이 다가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과학이 필연적으로 잔혹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어떤 결단을 해야 하는가? 영화는 과학적인 요소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인 고민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하도록 메시지를 남긴다.
+ 여담
각본가 알렉스 가랜드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시구로 가즈오는 서로 오랜 친구라고 한다. 이시구로 가즈오가 소설로 완성한 네버 렛미 고를 알렉스 가랜드에게 보여주었고 바로 각본을 썼다고 한다.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설정과 메시지를 좋게 본 영화 관계자들은 소설이 출판되기도 전에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